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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아디다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운동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산업혁명 이후, 기업들은 표준화된 제품을 최대한 많이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업의 규모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대량생산 방식은 미국의 경제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됐고 이후에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대규모 기업들이 사용하는 사실상 유일한 생산방식이라는 위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 20~30년간 대량생산은 인구 구성 및 소비자 니즈의 변화, 시장의 포화상태, 경기순환, 돌발적인 사건 등으로 인해 점차 효율성·안정성·통제력을 상실하면서 그 위상이 무너졌다.

대량생산을 하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동질적인 선호와 안정된 시장을 전제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을 만큼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제품·서비스를 개발·생산·마케팅·유통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도 않고 통제할 수도 없으며 고객을 하나의 거대한, 동질적인 시장에서 하나로 묶을 수 없다. 특히 고객 개개인은 저마다의 니즈를 내세우고 이를 채우고자 한다. 이에 따라 단순히 수요량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개념은 급속하게 축소, 해체되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해 ‘개별화(Individualization)’란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개성과 주관을 점점 더 중요시하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프로슈머, 트라이슈머와 같은 새로운 소비자 유형이 등장했다. 이 같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요구가 이미 오랜 기간을 거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지나고 바야흐로 ‘맞춤 개별 생산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개별화 또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이란 ‘개별 고객의 니즈에 맞춰 주문생산된 제품 및 서비스를 대량생산해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대량생산과 주문생산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4차 산업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두 가지를 융합시켜 탁월한 성과를 거두는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발전시켜 글로벌 경쟁력 회복의 큰 원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아디다스, 개인 맞춤형 운동화 생산

스포츠 용품 기업인 아디다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 소재 등을 선택하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그대로 만들어 주는 ‘마이아디다스(miAdidas)’라는 제품을 팔고 있다. 맞춤신발의 필요성은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유럽 제품의 시장 축소, 중국산 수입 시장 확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의 신발 제조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아웃소싱 확대, 자동기계 도입 등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당시 신발 업계는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고객의 특별한 니즈는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01년 3월부터 유럽에서는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를 중심으로 ‘유로슈(EUROShoE)’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신발 제조사, 연구기관, 소프트웨어 회사 등 35개 기관이 참여해서 맞춤신발에 대한 수요 조사, 풋 스캔(foot scan) 기술 개발, 맞춤신발 디자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나이키(NikeiD), 뉴발란스(360° fit), 아디다스(miAdidas) 등 스포츠화 기업들은 앞다퉈 ‘대량 맞춤화 전략’을 도입했다.


핵심 부품 모듈화해야 개별화 용이

나이키의 경우, 온라인 웹사이트를 통해 기존 신발에 소비자가 직접 색을 입혀 보고 개인 문구를 넣을 수 있게 했다. 또 이렇게 개인화된 신발을 3D 화면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주문은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며, 제작에서 배달까지 4주가 걸린다. 뉴발란스는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선택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 사이즈, 발 골격, 운동할 때 발목 움직임 등을 첨단기계로 측정한다. 그다음, 맞춤 시스템이 권장하는 신발(사전 준비돼 있는 신발) 중에서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 구입하게 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들 두 회사와는 다르게 디자인, 착화감, 성능이라는 옵션을 모두 채택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이아디다스는 러닝화와 축구화만 맞춤 작업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선택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의 넓이와 길이를 측정한다. 이후 풋 스캔을 통해 운동 시 소비자의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그 분포도를 분석해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신발 모델을 정한다. 이 단계에서 소비자는 깔창, 바닥 등의 착화감과 성능에 관련 있는 내부 제품을 도우미와 의논해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추천된 신발 모델 컬러를 소비자가 직접 정하고, 자신의 이니셜이나 간단한 문구를 넣게 된다. 약 40분간에 걸친 주문이 끝나면 국내의 경우 러닝화는 중국에서, 축구화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돼 약 3~4주 후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개별화의 실현을 목표로 할 때, 효과가 높은 접근법은 핵심 부품의 모듈화다. 즉 구성 요소를 규격화해 공용(共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 마츠시타전기산업의 자회사인 내셔널자전거공업에서는 모듈화된 모델, 색상, 디자인을 조합해 고객마다 다른 자전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종류가 1000만 가지 이상이다. 부품의 모듈화 자체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개별화의 개념과 합쳐져 앞으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제까지 개별 생산을 의식하지 않던 기업에도 기존의 사내 자원을 활용해 개별화를 실행할 수 있는 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 미시간주립대 경영학 박사, 서울대 경영대 부학장